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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3월 3일 Ep.27<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3월 3일 Ep.27<He>

 

즐거움이-

고주파 멜로디를 타고

서서히 내 귓전을 흩뿌리며

벌써 잊혀져 버린

기나긴 계절의 사설이 숨죽여 가며

소리 없이 차곡차곡 쌓이고-

 

봄에 빛깔로

가득차여 버린 그대의 편지를

몇 번씩 되풀이 읽어보며

이렇게 펜을 들었단다

 

하늘 머얼리

어린 날개 상처 지려 돌아와 버린

계절이란 시간의 공백 속에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은

"숙이"의 고운 미소이며

포근한 마음이-

 

이젠 담벽에 쪼그려 앉아

고운 돌들을 모아놓고

그것들을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는것도

따사로운 햇볕의 사랑이 아닐런지

 

끝없이 지루했던 계절의 일부에서

포근함이란 단어가

내 몸 구석구석에 입 맞추고 있는 것도

"숙이"의 고운 입김이 아닐런지도

 

마주 놓인 하얀 찻잔,

갈색 내음에 피어나는

그대의 작은 미소를 생각하며

오늘도 또 하루를 즐거움으로 보내고 있어

 

천사에 밀어처럼

백합의 청초함과 장미의 사랑같이

아낌없는 사랑과 밀어를

우리 가슴 가득 담아

 

 

다음에 만날때까지

백합의 통꽃에 담아 두길-

끝으로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 합니다"

안녕히-

 

일천구백 팔십사년 삼월 삼일

사랑하는 이가-

 

p.s: "보고픈 얼굴이야 지울 수 있지만

보고픈 마음 지울수가 없다"

-아주 멋진 글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