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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5월 Ep.36 <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5월 Ep.36 숙에게- 그토록 바람도 없이 무덥던 날씨가 계속되더니만 어제는 시원스럽게 한줄기의 소낙비가 천둥과 함께 쏟아졌단다.쏟아졌단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는 아주 맑고 깨끗하며 한결 시원하게 느껴지는구나! 오늘도 안녕함을 물으면서 펜을 든단다. 부모님께서도 안녕하신지? 이곳에 있는 "모" 숙이의 염려 덕분에 항상 웃으며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단다. 숙이는 지금쯤 모내기에 한창 바쁜 일과겠지? 지금 내려가서 도와주고 싶지만 집에 갔다 온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요즘 우린 특박이 실시되고 있거든. 6月10日 아마 나갈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런데 엊그제 집에 갔다 오고 또 조금 있으면 휴가인데... 어떻게 할까 망설여지는구나 수원에서 3박 4일 동안 있을 수..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5월 24일 Ep.35 <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5월 24일 ep.35 바람에 실려 저기 저 산봉우리부터 내 땅끝 둔치 아래까지 흩어지는 풍매화는 엷은 노랑빛 수선화로 변해 지구에 공간을 가득 메우고 녹색 에매랄드 빛으로 탈바꿈한 목림들 또한 싱그러운 5월에 복음을 눈꽃으로 가득 피워 온 누리에 곱게 흩뿌리면서 내 자그마한 공간에 휴식처를 조심스레 입 맞춘다. 에메랄드, 수선화, 아카시아 등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몇 자 적어 본단다. 먼저 무사히 부대에 귀대하였다는 것을 알리면서- 끝없이 펼쳐지는 오월의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농촌에 정경을 가득 담은 개구리울음 소리를 들으며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 따라 아카시아의 향기로운 내음을 맡으면서, 아무도 없는 오직 우리 둘만이 손에 손을 맞잡고서 보리수 길을 마음껏 거닐고 ..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5월 12일 Ep.34 <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5월 12일 ep.34 논개의 애인이 되어 그의 묘에서- 한용운 씨가 지은 시로써 아주 마음에 들어 이렇게 적어 보았단다. 이 시를 잘 이해하면은 사랑하면서도 문장 실력이 無라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이 심정 이렇듯 이 시를 내 마음에 실어 보았단다. 오늘은 더욱더 숙이가 생각 나는 구나. 이 밤이 다 지나가도록 난 이렇게 숙이와의 대화를 나눌 테야. 아마 지금쯤 숙이도 내 생각을 하고 있겠지? 밤은 자꾸만 깊어만 가는구나 개구리울음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고 조용한 라디오의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슬프디 슬픈 음률이 더욱 고향 생각게 한단다. 세월은 흘러서 벌써 5月 푸르름이 짙어 가는 넓은 들판을 바라보노라면 청춘의 젊은 피가 용솟음치는 것만도 같다. 고향에는 지금..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5월 4일 Ep.33 <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5월 4일 Ep.33 물오른 길 뒤를 꽃피어 오른길 생명의 소리가 들리는 길 그리고 내 추억들을 만들어 줄 길 그 길위에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오늘은 조금 멎고 촉촉이 젖어든 풀 위에 동그란 물방울을 달고 조심조심 미끄러지는구나 은색빛을 담고 이슬로 가득 찬 내 공원은 작은 새들이 동틀때까지 지저 기고 하나둘 가라앉으며 흩뿌리던 이슬은 어느새 굵은 빗줄기로 변해 오선지 위에 음율을 맺고 사랑하옵니, 내 텅 빈 동공은 그대 모습으로 가득 차고. 잘 있었어 편지 쓰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구나 하루하루가 바빠서 이제야 펜을 든단다. (이해 바람) 교황 방한 때문에 어제는 서울로 파견도 다녀왔단다. 지금은 햇볕이 들지 않는 아주 신성한 바람이 불고 있는 아주대 앞 우정관광이라는 주차..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4월 21일 Ep.32 <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4월 21일 Ep.32 숙에게-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내무반에 꽂아둔 진달래가 향기를 내며 피어오르고 빈 들판에서는 비닐하우스를 한 못자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줄지어 늘어져 있고 멀리서는 꿩이 푸득이며 날아간다. 이 모든 것들이 봄에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니? 맑고 푸르른 봄의 향년을 맡으면서 오늘도 가만 펜을 들어 본단다. 부모님께서도 안녕하신지? 이곳에 있는 "모"도 몸 건강하게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단다. 숙이가 염려해 준 덕택으로 숙이를 보노라면 하염없는 시름이 솟아 언제까지나 맑고 사랑스럽게 하나님께서 돌보시기를- 만났을 때 그리도 고운 가슴을 헤어질 때는 아무렇게나 꾸겨놓고 가버리는 지금 내리는 이 비는 슬픈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눈물이라 말할 ..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4월 8일 Ep.31 <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4월 8일 Ep.31 보고 싶은 숙에게- 오늘따라 몹시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라서 그런지 그리 춥지는 않구나 히긋히긋 빨랫줄에 늘어놓은 옷들이 한결 처량해 보인다. 불안과 그리움에서 또 펜을 든다오 편지를 기다리는 것이 왜 이렇게도 초조한지 당신은 아마 내 마음을 모를 거야 오늘도 한잔의 술로서 떠오르는 당신의 모습을 지워버리려고 애써도 지울 수 없는 당신이기에 고이 간직해둔 사진을 꺼내보고 그리움에 못 이겨 또 이렇게 서두 없는 글을 나열한다오 못난 사람을 용서해다오.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는 당신의 그 무엇이 나를 자꾸만 유혹한다고나 할까 숙이는 내가 보고 싶지도 않은가 보지? 오늘은 즐거운 주말 하지만 난 그렇게 즐겁게 느껴지지가 않는구나 오..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4월 6일 Ep.30<S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4월 6일 Ep.30 봄비가 촉촉이 내렸고 연이어 날쌔게 불어대는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자연과의 대화 속으로 말 돋움 하였던 기나긴 봄나절 습관처럼 마주하는 책상이었지만 받아놓은 물음표에 대해 물음표로 고정시켜 둔 채 봄바람의 요사스러움에도 한갓 흔들리지 아니했음이 이상야릇하다. 그동안 많이 궁금하셨겠죠 그렇게도 기나긴 나날 속에 한 달 동안이나 소식이 뜸 하였으니 오죽이나 답답하셨을까요 하긴 숙이만의 생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숙인 자신을 아니까 괜찮지 않으세요 한 달이란 세월이 하루 같았던 지금의 마음은 웬일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잊어버렸는건 아니니까. 아시겠어요? 요즘에도 바쁘신가요 숙이한테 소식 띄울 여가를 못 찾게 말이지요. 설령 못 받는 회답..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4월 2일 Ep.29<S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4년 4월 2일 Ep.29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삼월을 보내고 시작의 의미가 사월의 문턱에 다다른 것처럼 아무런 하는 일 없이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른 채 이 귀중한 시간들을 보내고 말았나 봐요. 현재까지 미루었던 숙제이지만 새로이 자신을 내어 풀잎처럼이나 가냘픈 사연이나마 깊은 마음으로 생각해 보려는 참인데, 이해하시겠죠 아무런 탓도 할 수 없는 숙이만의 사고를 가지고 그냥 그렇게 보내온 24시의 생활들... 숙이만의 초조함을 누구에게도 얘기하고 싶지 않기에 많고 많은 나날들을 무소식이 희소식으로 변화해 버린 채 끝끝내 욕심장이란 별명 같은 게 붙고 말았으야 했으니 섭섭하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오. 정말 오랜만에 보내준 편지 반가웠고요 덕분에 부모님 곁에서 일하는 숙이도 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