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2월24일 Ep.20<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2월24일 언제나 변함없을 당신께 어제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했던 눈이 제법 많이 쌓였구나! 눈 오는 날이면 언제나 어린아이들처럼 마냥 즐거움을 느낀단다. 아주 멋진 화이트 크리스마스구나. 정성 들여 보내준 편진 반갑게 잘 받아 보았단다. 그간 안녕함을 물으면서 다시 펜을 잡아본다. 하얀 백지 위에 당신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낙서하고 있을 땐 마냥 행복하단다. 태양은 저 멀리 사라지고 내 마음은 그대 곁으로 달려가려는 마음에 사로잡히고 마는데.... 그대 몸은 구름에 가린 듯 베일에 쌓이고, 나는 당신을 찾아 온누리를 헤매는데 당신의 그림자는 내 두 눈에 보이지 않으니 허망과 절망 속에서 헤엄치듯 빠져나가려는 또다시 내 눈앞에는 어찌할 수 없는 벽이 나의 길을 막는구나. 나 당신..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1월30일 Ep.19<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1월30일 Ep.19 언제나 내 마음은.... 오늘은 11월 30일. 휴가 마지막 날인 것 같구나. 아무런 보람도 없이 그냥 15日이 지났구먼. 막상 또 부대에 들어가려니 허전함만 남는구나. 오늘이 있으므로 내일이 있고 내일이 있으므로 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들이 오겠지. 그토록 기다렸던 휴가인데....... 오늘도 혹시나 하고 기다려 보았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기에 하얀 백지 위에 낙서를 하게 되었다오. 어제는 전화를 받고 하루 종일 우울했단다. 지난 일들은 깨끗이 잊기로 하고 앞으로 우리들의 설계를 꾸며 보잤구나. 밖에는 오늘따라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부는데 허전함과 외로움만 남겨놓고 떠나는 이 마음... 어디선가 숙이의 모습이 나타날 것만 같은데 나타나 주질 않으니 내..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2월19일<S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2월19일 어둠이 소생시킨 침묵이 흐르는 이 밤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마음에 고통 같은 걸 느끼면서 적고 있어요. 그동안의 보고 싶었던 시간들의 내동댕이침 그 모두가 지금 이 시간엔 새로운 의미를 가르쳐 주는 것만 같아요. 보내준 사연의 구절 구절들이 숙이의 맘 깊숙이에 새겨지듯이 숙인 또 다른 뭔가를 배우는 것 같으니까요. 별다른 염려는 안 하셔도 괜찮을걸요. 만난 지도 불과 한 달을 안에 두고서 몇 달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면 나도 모르게 느끼는 기다림의 심정은 얼마나 고귀한지 몰라요. 그 짧고 긴 공백 속에서 알찬 나날들을 맞고 있으니까 더욱더 생각나는 건 그곳의 생활이라면 족할까요. 숙이가 두서없는 글을 나열하는데 총 심열을 기울이느라 뭐가 뭔지 모..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1월12일<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1월12일 언제나 내 마음은.... 잊혀져 가던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오르면서 괜히 콧날이 찡하는 계절이 또 어김없이 찾아왔나 보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 속에서, 발밑에 부서지는 낙엽만큼이나 많은 기억들이 날 조금은 아프게 해 그렇지만 난 이 순간만큼은 좀 뜨거운 가슴과 손을 생각하고 싶어.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우리들의 추억을 말이야. 재미있었던 일들은 없었지만. 숙! 난 이 밤이 조금도 외롭지가 않아. 이 순간 내 작은 가슴속에 가득 행복이 넘쳐 나오고 있어. 널 생각하고 너의 얼굴을 하나하나 그려내면서 그렇게 차오르는 행복을. 행복의 조건은 "믿음"이라고 생각해. 타인을 자기 자신만큼이나 사랑하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쁜 일이지. 그런 나이기에 너와 나의 사랑..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1월2일 Ep.16<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1월2일 Ep.16 사랑하는 숙! 어느덧 풍성한 시월도 막이 내려지고 쓸쓸한 십일월이 성큼 다가온 것 같구나 낯선 내무반이 왜 이렇게도 초조하고 불안한지..... 모든 것은 허사로 돌아가고 다시 새 출발을 해야 한단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 심정을 헤아려 다오.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갑자기 이렇게 될 줄이야... 모든 것들이 새롭고 바쁘기만 하구나! 10月31日부로 기동대 1중대에서 5중대로 전출을 오게 되었단다. 사랑하는 숙! 이 못난 이를 거짓말쟁이라고 욕 많이 했지? 정말 요즘은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아 미칠 지경이란다. 그렇게도 기다리던 휴가는 아주 멀리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허전함과 외로움만이 남았구나! 해는 또다시 떴고, 우리는 하루 일과..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1월3일 Ep.15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1월3일 Ep.15 그리움에서 한낮에 내리쬐던 태양은 어김없이 서산에서 하직 인사를 나누건만 떨어져 뒹구는 낙엽처럼, 이맘.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되고도 싶다오. 보내주신 서신 반가웠어요. 짙은 가을 속에서 더욱 짙은 국화향기를 방안 가득 채우며 꽃같이 하이얀 마음으로 어둠이 찾아드는 고요함 곁에서 가만히 떠올려 보는 모습이 그립기만 하달까요. 지루하게만 지나가는 세월인 줄 알았는데 보내주신 서신 탓인지 바빴던 나날의 피로함마저 말끔히 씻어주기라도 하듯 마냥 상쾌하기만 했거든요. 덕분에 잘 있다고 전하는 맘이고 부모님도 물론 건강하시고요. 이젠 가을 추수도 절정에 다다랐지만 어쩐지 허전한 마음이 가시질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또 지나버린 가을에 대한 회의랄까? 진모..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0월25일 Ep.14<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0월25일 Ep.14 환절기 천고마비의 계절도 이제는 다 지나가고 하얀 백설의 우상인 겨울철이 선 듯 다가온 것 같구려. 그렇게도 젊고 싱싱하던 만물들이 이제는 죽음 앞에 다 다른 것 같구나! 오늘 아침엔 하이얀 서리가 내려 늦가을의 쓸쓸함을 더해 주는 것 같더군. 지금쯤은 명산이란 명산마다 온통 단풍으로 예쁘게 단장했겠지?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숙이와 함께 곱게 단장된 가을의 산을구경하고 싶지만, 이 몸은 나의 몸이 아니라 조국에 바친 몸이라 그럴 수도 없는 일. 안타깝기만 하군. 요사이는 내무반 주위에 까치의 울음소리가 정답게 느껴지며, 또한 모든 생활에 즐거움을 느낀단다. 요즘 숙이의 생활은 어떠한지.... 아직도 가을 추수를 하느라 무척 바쁘겠지? 왠지 오늘 .. 더보기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0월18일 Ep.13<He>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10월18일 Ep.13 사랑스러운 숙에게 가을의 서늘함 속에 풍요로움을 느끼고 가을의 떨어지는 낙엽 위에 쓸쓸함을 느끼고 가을의 황량한 벌판에 허전함을 느끼고 가을의 싸늘한 이슬 위에 이별을 느끼고 가을의 이런 느낌 속에 만남이란 두 글자를 그리게 될 때 꿈을 가꿀 수 있게 되며, 인생에 중요한 청춘을 불태워 보람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군. 정성 들여 보내준 편진 반갑게 잘 받아 보았단다. 편지 받고 바로 답해 주려고 했는데, 비상이 걸리는 바람에 조금 늦은 것 같군. 그리고 10月20日 휴가를 보내준다는 것도 비상 때문에 10月 말로 연기가 되었단다. 버마 폭발 사태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많은 고관들이 목숨을 잃었지. 그분들의 장례식 하는데 우리도 참석했단다. 100만이..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