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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7월31일 Ep.04

부모님의 연애편지 1983년 7월31일

Ep.04

 


숙!

하루 일과가 끝난 이 시간

조용한 영상에 담기고 싶은 밤

언제나 이때쯤이면 숙이를 생각한단다

 

그간 안녕

아버님,어머님께서도 몸 건강 하옵시며

집안에 모든 분들에게 안부나 전해 주셔요.

 

숙아!

우린 7月20日부터 7月30日까지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에

유원지 근무를 나갔다 왔단다.

 

그런대로 등산하기에는 매우 좋더군.

특히 젊은 연인들에게

데이트 장소로 아주 유명하더군요.

 

우리도 언제 한번 갈까요?
조용하고도 깊은 골,

맑은물과 자제암의 우아한 풍취 등등

모든 것들이 내 마음에 들더군요.

 

근무 겸 휴양 겸 여행을 다녀왔는데

내가 선물 해야되겠지.

 

여기 조그마한 단풍잎을 붙이오니

고이고이 간직하길...

 

선물치고는 너무 초라하지,

그래도 나에겐 정성 들여 만든 것이니까

 

 

숙아!

요즘은 바쁘지도 않을 텐데...

왜 편지 한 통도 없지

통 경숙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구나!

이번에는 정말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겠지

믿어보겠어.

 

숙이!

무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겠지.

까맣게 탄 얼굴이 눈에 선하구나.

보고싶을땐 언제나 사진을 꺼내 보곤 한단다

언제나 나는 숙이만을 그리며 살 것이다.


기다려 보잤구나

 언젠가는 우리들만의 세상이 올 것이다.

숙이의 예쁜 마음씨 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싶다.

오늘이 가고, 내일이 와도 내 마음은 변함없으리.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날고 싶다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만이 

나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오. 

 

행복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행복이란?

행복하다고 했을 때 그때 느끼는
쑥스러움이 곧 행복이다

 

 

숙아!

난 지금까지 널 사랑해왔어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서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바보스러운 짓인지 모르지

앞으로도 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야!

 

네 이름을 오늘도 다시 불러 보지만

소리는 그냥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아

용기 없는 못난이를 용서해다오

 

오늘이야말로 정말 찌푸렸던

내 가슴이 확 트이는 것만 같구나

 

지금까지 내가 한말은

모두 사실임을 한 번 더 밝혀 드립니다.

 9月에 한 번 더 찾아가겠어요

그럼 안녕히 계셔요.

난필 이해하셔요

 

일천구백팔십삼년 칠월삼십일일
수원에서